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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 박찬욱 감독과 니콜키드먼의 만남, 싸이코패스의 각성기

타리게임즈 2024. 10. 25.

(스포일러 주의)

 

 

 

 

 

 

 

 

 

 

빵야!  맨 처음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게 몰입도 있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 스토커, 

끝나는 장면에서 아아 처음에 그게 이거였구나 하고 알게되며 소름이 끼친다. 

흔히 스토커라고 하면 졸졸 따라다니면서 스토킹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그거랑은 상관없고 영화 제목은 그냥 스토커 가문에서 있는 일이라서 그렇게 붙여졌다.

스토커 가문의 딸인 배두나를 닮은 이 여자주인공은 어느덧 18살 생일을 맞게 되고, 

하필 아버지가 사고로 죽음을 당하게 된다.

그런데 같은 시점에 나타난 삼촌이라는 이 사람. 

치명적인 매력을 풍기지만 왠지 모르게 수상한 냄새가 난다. 

인디아 스토커는 가족에게서 느끼는 알 수 없는 동질감에 끌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의 속을 모르기에 경계심을 가진다. 

그 와중에 엄마는 남편을 잃은지 며칠 됐다고 홀라당 넘어감 허허...

 

 

무슨 스토리상의 큰 반전이 있고 그런 영화는 아니었다. 

다만 연출이 굉장히 잘되어 사이크패스로 각성하게 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굉장히 미시적인 부분을 쳐다보고 있는다던지, 

주변 소리가 크게 들린다던지 

사이코패스 특유의 발달한 오감에 공명하며 그 자체로 스릴있는 씬들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살인마들은 옆에 뭔가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것들이 있으면 못견디고 없애버리고 싶은 욕망을 느끼는걸까??

허접한 공포 영화들의 특징이 억지로 깜짝깜짝 놀래키는 것인데, 

그런 장면은 없고 두근거리게만 만드는 감질맛 나는 스릴러를 잘 표현했다. 

오히려 정작 냉동고에 쳐박아놓은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에서는 그닥 놀라지 않는다. 

시체를 보고도 태연하게 그 옆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정도니... 

대놓고 삼촌의 이런 행동에 인디아 스토커는 스스로도 뭔가 다르다는,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서서히 발견하게 된다.

어느덧 삼촌을 생각하면서 흥분하게 되고, 

자신을 겁탈하려던 친구를 삼촌이 죽여버리는 장면을 직접 목격한다. 

집에 돌아와 무서워서 펑펑 우는듯 하다가.. 

갑자기 그 장면을 떠올리면서 자위를 시작하고 

생각이 목이 뽀각 부러지는 살인의 정점에 다다르면 오르가즘을 느껴버린다. 

그야말로 사이코패스로의 완전한 각성을 이루는 장면이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반응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이게 뭐야~~ 하면서 공감하지 못하는 일반적인 사람과, 

와 죽이는데 라며 몰입하는 약간의 똘끼가 충만한 부류. 

 

물론 나는 후자이니까 재밌게 봤다. 

무슨 살인마 기질을 가진것까진 아니더라도, 

영화 속에서라도 그런 장면들을 보면 왠지 통쾌할 때가 있다. 

데스티네이션 시리즈에서 사람이 처참하게 죽는다던지 할때 

징그럽기도 하지만 뭔가 개운하달까. 아 나 좀 이상한건가;; 

아무튼 자극적인 장면으로 스트레스가 풀리는 점도 있다. 

그래서 그런 영화를 꺼리지 않는다. 오히려 귀신나오는 공포영화가 무섭지 -_-

감독의 설명에도 써있지만 

이런 방들의 색깔 배치나 스토커 저택의 구조같은데에도 

철학적인 관점이 녹아들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많이 썼다. 

물론 그런걸 다 알아채고 보지는 못하겠지만 

은연중에 영화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보다 더 감성적으로 와닿게 되는 부분이다.

 

삼촌의 제안에 따라 인디아 스토커는 함께 멀리 떠나기로 약속을 하고, 

삼촌은 마지막으로 엄마를 목졸라 죽이려고 한다. 

 

뭐 영화를 보다보면 스토리는 다 예상되는 부분이다. 

죽이는 장면을 인디아에게 보여주려고 하는데, 

(본인 엄마가 목졸라 죽는 장면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라고 여겨서) 

 

한술 더 떠서 스토커는 아버지에게 배운 사냥용 장총을 들고 나온다. 

삼촌은 역시 내가 각성시킨 아이! 라며 뿌듯해하지만 정작 대갈통이 날아가는 것은 삼촌이었다.

 

"나를 더 따위랑 동급으로 생각하지마 나는 한층 더 레벨이 높은 살인마다" 라는 뜻일까, 

아니면 자신을 이렇게 몰락시키게 만든 삼촌에 대한 원망이었을까. 

후자라서 고뇌하는 것 같아보이진 않는다. 

 

엄마는 끝내 살린채로 남겨두고 유유히 차를 몰고 떠난다.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자기를 의심했던 보안관까지 웃으면서 '사냥' 을 하고.... 

앞으로도 그녀의 손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를 흘릴지... 

여운을 남기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여주인공 미아 와시코우스카는 원래 모습은 이렇게 금발인가본데, 이러니까 딱 러시아 사람 같은 느낌이다. 

영화에서는 흑발이어서 그런지 배두나 너무 닮았었음. 

요즘 헐리우드에서 먹어주는 동양형 얼굴이 배두나 같은 스타일인가 라는 생각도 했었다. 

 

남자배우는 매튜 구드인데 예전에 로맨틱 영화 프로포즈 데이 남자주인공이었네 헐;;;

진짜 살빼고 다른 캐릭터 연기하니 완전 180도 달라지는구나 배우란 대단하다...

 

암튼, 사이코패스의 심리와 각성과정에 대해 너무 잘 표현해놓은 영화 스토커였다. 

호불호가 갈린다는 각오는 하고 봐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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