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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의 모든 것, 카사노바의 모든 것. (2012)

타리게임즈 2024. 11. 20.

로망과 현실의 괴리가 무엇인지, 판타지를 현실에 어떻게 녹아들게 해야 하는지 보여준 감명깊은 영화였다.

 

 

사랑이 싹틀때는 언제나 설레이고 아름답다.

물론 그들도 처음엔 그러했다.

낯선 이국땅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에 골인하게 되는, 

다른 이들이 로망처럼 생각하는 그런 모습으로.

 

하지만 그런 환상도 잠시, 메뉴판의 조리예와 실제로 만든 맛이 다르듯이

이들에게도 현실은 먹다남은 식은밥처럼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가고

그런 균열은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서서히 서로를 점점 메마르게 한다.

 

 

 이런 예쁘고 청초한 아내와 함께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사소한 것에도 열을 올리며 떽떽 쏘아대고 상대방의 숨통을 조이는 집요한 대화방식에는 질릴 수밖에 없다.

 

전화통화하다가 이선균에게 빡침이 몰려오는게 어찌나 공감이 가던지..

여자의 짜증앞에 버텨내는 남자가 없다는 대목이다.

 

 

사실 이선균이 찌질한 캐릭터를 잘 연기했다고 하지만,

영화의 메인 스토리인 카사노바로 아내를 유혹하게 시킨 황당한 설정만 빼면

오히려 그는 양반인 편이다. 보통 남자들이 싸울때 얼마나 더 못나고 치졸한데.

 

아무튼 아내에 질릴대로 질린 그는 결국 이혼하기 위해 우연히 알게된 옆집남자 

카사노바 정성기(류승룡)를 이용해서 아내의 마음이 자신을 떠나도록 유혹해달라는 청을 한다. 

 

사실 이런 설정이나 카사노바의 캐릭터를 보면 전부 코믹 요소들에 지나지 않는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참 유치하고 황당한 스토리인데,

볼 때는 전혀 못느끼고 몰입해서 관람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빵빵 터지는 유머와 장면 장면에서 각 캐릭터들이 잘 살아있었다는 반증이다.
 

 

우수에 잠긴듯한 모습으로 우스꽝스런 카사노바를 연기하다가

때론 닭살스런 작업멘트와 다양한 취미/언어까지 할 줄 아는 팔방미인으로,

류승룡은 완벽하게 인물을 소화해냈다.

이 영화는 류승룡의 모든 것 이었다고 단언한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좀 더 정확히는 '성공한 재밌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정석처럼

여기서도 녹아드는 웃음속에 서서히 밀려오는 훈훈함과 그리고 예상못한 감동을 선보여준다.

그냥 웃기기만 하는데 그쳤다면 남는게 없이 뻔한 그저그런 수준의 영화가 되어

(평점이 말해주듯) 관객들의 가슴에 잔잔하게 와닿는 작품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어떤 로맨스와 훈훈한 감동이 있었을까.

그동안 서로가 쌓아온 시간이 뻘이 아니며 가슴 깊숙히 상대를 많이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그러한 속마음과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이혼 위기에서 다시 잘해본다는 뻔한 두 부부의 이야기 말고!!

 

나는 웃기기만 하던 카사노바가 진짜 그다운, 카사노바답게 여자의 마음을 훔치는 장면에 매우 끌렸다.

어차피 유부녀고 선을 넘지않는 선에서 친구처럼 밥먹고 얘기하고 그정도만 하니까 스스로도 죄책감도 적고 편했겠지.

 

정인씨는 어차피 나 좋아하지 않을거잖아요, 그렇죠? 그러니까 예쁘다는 말도 편하게 할 수 있어요.

 

그 말과는 달리 카사노바는 그녀를 한 여자라는 개체로서 똑같이 존중하며 대해주고,

스스로가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를 느끼게 만들어준다.

 

또 다른 카사노바의 대사중에 나는 사랑이 무언지 모르는 남자다, 라며 바라지 말라고 했는데,

오히려 만나는 여인마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동시에 사랑받기 위해 노력했기에 다들 빠져든 것이 아니었을까.

 

그가 집앞에서 사랑의 세레나데를 읊조리는 장면에서는 자칫 코믹한 장면인 줄 알고 피식 웃으려다가

순간 표정이 굳으며 음악 속에 깔려서 전해지는 애절한 가사에 귀를 기울였다. 매일 그대와...

너무 멋있었던 모래그림 고백 후 끝내 전하지 못한 반지에서는

카사노바가 난봉꾼이 아닌, 그도 사랑에 목마른 그저 외로운 한 남자일 뿐이구나 싶어서 측은했다.

아마 이런 가벼운 영화가 아니었다면 혹시나 전해지지 않았을까 하고.

 

 

아내가 외로움을 못이기고 힘들어할 때 손을 내밀어주지 않고 시선을 피하는 사이

그녀의 마음은 점점 자신을 알아주는 따뜻한 품을 향해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상대방이 바람을 피웠을 때 화가 나는 것은,

남자는 내 여자가 다른 놈팽이랑 뒹구는 상상을 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하고

여자는 나에게 했던 다정한 말들과 속삭임, 사랑스런 태도. 그걸 다른년에게 똑같이 한다고 생각하니 미친다고 하는데,

같이 차라리 실수로 하룻밤 잠을 잔 것보다 오히려 마음이 진정으로 넘어가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겠지.

 

 

 

왜, 우리는 잡은 고기에 물고기를 주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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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억지로 웃기려고 도덕적 관점도 무시한 그냥 쓰레기 영화라고 일부 소수의 평이 있는데,

내 아내의 모든것 이 영화는 아르헨티나 영화 <Un novio para mi mujer, 2008> 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메인 스토리와 주요 장면의 내용이 완전히 같다. 그냥 가볍게 웃으면서 보다가

한편으론 잔잔한 감동도 느끼고 그냥 그정도 수준에서 보면 좋은 영화.

진지먹고 열올릴 대상은 아닌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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