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관상, 될놈될 안될안
처음 접해보는 독특한 소재가 신선했고 사극의 분위기도 좋았으며 명배우들의 연기야 더할나위 없었지만, 줄거리 면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관상으로 역사에 한 획이 긋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Faction 식으로 삽입했었다면 광해 급으로 스케일이 떠올라서 더욱 좋았을텐데, 그냥 한 관상쟁이의 일생을 다룬 수준에서 그쳐버리고 말았다.
일개 관상쟁이의 능력으로는 시대의 책사와 야심가의 욕망 앞에 별다른 장애물도 되지 못하는 수준 뿐이었다는 거라서 허무했다. 물론 그런 것들도 다 영화의 교훈이기는 하지만.. (마지막에 사람의 팔자보다 시대의 흐름을 읽었어야 했다고 되뇌이는 부분)
그래도 차라리 주인공이 수양대군의 편에서 관상을 이용해서 왕좌를 얻기 위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었더라면 결말 부분에 좀더 채워진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명배우들의 각 캐릭터들도 조화가 그닥 안된 듯하지만 개별적으로는 훌륭한 연기였다.
이정재는 첫 등장부터 '수양대군의 관상' 이라는 제역할을 충실하기 위해 표정연기에 힘을 쓴 모습이 역력히 보였다. 왕족 얼굴에 칼빵 흔적이라니 어이없었지만 아무튼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강인하고 냉혹한 이리의 관상을 첫인상 하나로 무게감있게 잘 나타내었다.
어느덧 영화를 선택할때 이정재의 앞에도 '믿고 보는'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생각하곤 한다.
수양대군에게 한발 빠르게 선수를 맞고 이렇다할 제대로 된 저항도 못한 채 무너지는 김종서 (백윤식). 김종서가 조연급으로 나오다보니 호랑이와 이리의 싸움 자체가 부각되지 못해서 영화의 스케일이 대폭 축소되었다.
그리고 관상의 주연인 냄궁....이 아니고 송강호. 설국열차에서도 그랬고, 송강호는 어느 영화에서도 그냥 송강호라는 캐릭터로 보이는 것 같다. 그 또한 아쉬운 부분이었다. 지금 든 생각은 차라리 하정우가 맡아서 또한번의 연기변신을 보여줬어도 성공적이었을 것 같다.
스틸컷에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니 결국 관상으로 뜻한바에 도움을 얻기는 커녕 못난 처남 때문에 패가망신 해버리는 꼴밖에 안되네 ;;;;; 아쉬워 아쉬워... 스토리가 아쉬워...
김혜수는 존재감이 굉장한 캐릭터인데 내용상 없어도 그만인 배역이다. 차라리 정치 한복판에서 계략을 벌이는 비중있는 자리에 있었어도 될 것 같았는데. 그래도 익살스럽고 눈치빠른 기생집 주인장의 모습을 능청스럽게 잘 소화해냈다.
얘는 왜나온건지... 가족이 등장하고 주인공 발목잡는 식으로 사건이 전개되다보니 왕권을 둘러싼 중상모략보다 더욱 개인의 인생사 이야기로 치우치게 된게 아닌가 싶다.
관상은 형님이 보고 자기는 심상을 본다는 처남의 대사를 영화의 명언으로 선택했다. ㅋㅋㅋㅋ 조정석이 이당시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봤는데 엑시트랑 야나두 등으로 지금은 완전 호감 이미지가 되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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