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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 헬조선에선 없는 다양성과 개인존중, 노오력의 의미

타리게임즈 2019. 5. 27.

 

 

우연히 예고편을 보고 꼭 봐야지 했던 영화 주토피아를 보았다.

 

유쾌한 해학속에도 보는 이에게 메세지를 던지는 디즈니다운 철학이 녹아있는 영화이다. 가볍게 영화의 스토리와 영상미만 즐겨도 좋고, 잔잔한 여운을 다시 끄집어내어 되뇌어봐도 역시 괜찮은 작품다. 

 

나무늘보가 느릿느릿 말하며 토끼의 속을 답답하게 만드는 이 장면은 웃음코드로는 단연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나무늘보가 느려서 열차에서도 못내리는 부분도 있는데, 영화보면서는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늘보야 미안해 ㅠ

 

크고작은 온 동물이 모여서 조화롭게 산다는 발상, 영화제목인 주토피아를 그대로 나타내주고 있다. 이렇게 동물들 몸집별로 문이 여러개 있는 이동수단은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역시나 디즈니의 상상력에 또 한번 감탄. 

 

영화에서 구현한 주토피아라는 도시 자체가 이렇게 하나하나의 동물을 모두 배려한 시스템으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노오력'을 해도 이룰 수 없는 토끼의 꿈

 

영화는 경찰지망생인 한 토끼의 꿈에서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크고 강한 '맹수' 동물들 위주였던 경찰보직에 야심찬 꿈을 가진 토끼 한마리가 도전하여 핸디캡을 극복하고 마침내 꿈을 이뤄낸다. 여기서도 미국 자기계발서들에서 종종 보이는 노력형 자수성가의 스토리가 묻어난다.

 

우리나라 자기계발서는 열악한 현실을 합리화만 하고, 일본 자기계발서는 한술 더 떠서 모든 문제는 나한테 있다는 헛소리만 늘어놓는다. 이게 다 천민 자본주의로 빠져서 나락으로 떨어진 사회구조는 못바꾸는데, 책임을 개인의 '노오력'으로 돌리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 

 

애초에 어느정도라도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처럼 균등한 기회의 분배가 제공되는 사회구조 하에서나 자기계발이라는 말이 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계발서는 이름좀 알린 사람들이 유명세 빌어서 남들 훈계하고 그걸로 다시 돈벌이 하려는 천박한 상술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상상도 못해본 기발하고 아름다운 조화의 세계 주토피아

 

토끼가 처음 주토피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신세계가 펼쳐진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토끼만큼이나 관객들도 신기한 세상을 접하게 되는데, 그야말로 '조화'의 단계에 이른 아름다운 사회공동체를 보여준다. 

 

물론 체제는 미국의 자본주의 사회가 그대로 들어가 있고, 토끼가 배정받은 숙소는 뉴욕 도심가의 허름한 단칸방을 연상케 한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실상은 돈에 묶여서 노예처럼 살아야 하는 도시민의 암울한 생활상도 나타내 준달까?

 

최근 한국영화는 재미가 있지만 헬조선의 시대상을 반영한 어두운 단면을 주로 부각해서 보여주는데, 결말은 또 비현실적으로 권선징악을 통해 사이다를 안겨주는 스토리로 끌고간다. 안그러면 관객이 너무 찜찜하니깐. 

 

주토피아같은 기발한 상상과 밝고 어두운 우리사회의 양면을 다 녹아내면서 앞으로 가야할 방향까지 제시하는 가치관은 현재 한국영화에서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디즈니에서 작품속 세계관을 통해 철학적인 고찰을 더 많이 하고 있으니 이 또한 신기하지 않은가 ^^ 

 

크고작은 가지각색 동물들이 하나하나 소중한(?) 삶을 영위하는 주토피아

 

주토피아에 사는 여러 동물들이 자기와 어울리는, 때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직업으로 살아가는 부분은 유머코드이면서도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진다. 

 

어릴적 꿈이 뭐냐는 장래희망 조사를 할 때 어떤 것을 적었었나. 과학자, 선생님, 판사, 어떤 친구들은 대통령이기도 했고. 요즘 아이들은 임대인, 재벌2세 이런걸 많이 적는다고 한다. 어이가 없네? 

 

수단방법 안가리고 돈을 번 뒤 돈놓고 돈먹기로 타인을 착취하며 기득권을 편하게 유지해가는 한국사회의 상류층이 되고싶다 이거다. 

 

지금은 대통령이라고 소신있게 꿈을 적는 친구들이 있으면 아마 선생님도 "아버지가 국회의원 정도는 되시니? 아니면 기업체나 부동산 운영하셔서 자금이 매우 많으시니?" 같은 질문으로 기를 죽일지 모르겠다. 

 

주토피아 영화 시작과 함께 토끼가 경찰이 되고 싶다는 꿈을 펼치지만 많은 이들이 반대했지. 하지만 꿋꿋이 '노오력' 을 통해 결국은 이뤄내고 꿈을 이룬 후에도 맞닥뜨리는 사회적 편견과 역경을 끊임없이 극복해낸다는게 교훈이다.

 

<부모 돈과 지위 - 사는 곳 집값 - 자식 교육 수준 - 빽을 통해 자식에게 대물림> 이렇게 반복되는 헬조선의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천민자본주의식 카스트제도 하에서는 참 있을 수 없는 일. 

 

아니 오히려 토끼같이 개천에서 용난 사례가 있으면 기득권 언론에서 열렬이 부각시킬지도 모르겠다. 다른 노예들이여 니들도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 사회탓할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피땀흘려 일하고 공부해라 라고. ㅎㅎㅎ

 

노력이라는건 노력을 하면 그에 맞는 보상이 주어지는 공정한 사회가 우선적으로 뒷받침되고 권해져야 하는 덕목이다.

 

어른에게도 힐링을 가져다주는 주토피아의 두 주인공

 

주토피아의 토끼와 여우 두 주인공이 각자가 느끼는 좌절을 극복해가는 과정은 어른 관객들에게도 잔잔한 감동과 힐링을 가져다준다. 위에서 우리 헬조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는 했지만, 이 영화를 보다보면 정말 내 꿈을 찾고 열심히 노력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마법같은 힘이 있다.

 

약빨이 떨어진 쿵푸팬더에서는 이만큼 느끼지 못했는데, 확실히 짠하게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아픈곳 하나씩 떠안고 살아간다. 아무렇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늘의 삶이 치열하기 때문에 아파할 시간을 잠시 미뤄두는 것 뿐. 

 

때로는 한번쯤 아픈 곳에 관심을 가져주고 펑펑우는 것도 자신을 사랑하고 치유하는 방법이 아닐까. (이건 인사이드아웃의 교훈이기도 하다!!)

 

많이 힘들지, 고생했어, 스스로를 다독여주고 아프면 울면서 땅을 찬찬히 다지는 것이 앞으로 단단해진 땅을 딛고 힘차게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의 삶을 점점 각박하고 정없이 몰아부치는 이 헬조선 사회구조하에서 더욱 힐링의 중요성은 부각될 것이다.

 

참 2000년대 들어서는 살만하니까 더 잘살자고 웰빙 열풍이 불었었는데 2010년대에는 그야말로 죽지못해 사니까 그와중에 힐링이라고 현실외면성 치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살면서 그닥 생각해본적도 없었는데.. 

 

나라운영을 누가 하는가와 나랏돈을 어따 갖다 버리는가가 우리네 삶에 이렇게나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쩝. 

 

덤으로 샤키라의 신나는 정글풍 OST까지

 

영화속 주토피아의 인기스타인 노루(?)는 실제 가수 샤키라가 맡았다. 백댄서 호랑이들 너무 섹시한거 아님? ㅎㅎ 영화 끝나면서 나오는 주제곡은 정글과 밀림 느낌도 나는 신나고 경쾌한 노래라서 집에 와서도 계속 맴돈다, 흥겨운 노래 다시한번 들어보면서 리뷰는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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