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주먹, 착한 일진과 나쁜 일진은 다른가??
영화 전설의 주먹 리뷰. 마지막에 할 말을 하려면 일단 영화평은 후딱후딱 넘어가야겠다.
XTM에서 하는 전설의 주먹이라는 프로그램에 왕년에 싸움좀 했다는 사람들이 상금을 받기 위해 나가는데, 그 뒤에 가려진 삶의 한과 과거 이야기들을 더해서 만들어놓은 영화이다. 아마 다음웹툰에 있는 전설의주먹이라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건가 그럴텐데... 보진 않았다.
혼자서 열댓명과 싸워서 이겼다던지, 고등학생이 건달 여러명을 때려눕혔다던지, 등등 왕년에 전설로 알려졌던 주먹깨나 썼다는 사람들을 데려다가 프로랑 스파링을 붙여보는 것이다.
XTM에서도 실제로 있는 프로그램인데 자세히는 안봐서 대전자들끼리 싸우는 방식인지는 모르겠다. 프로한테 덤벼보고 평가해주는 그런 장면은 봤었다.
영화에서처럼 프로선수가 막 때리지도 않는다. 어차피 상대가 안되서 설렁설렁 피하기 위주로 그냥 가지고 놀다가 끝남;;; 영화니까 좀 자극적으로 보여줘야해서 가차없이 패버리는 모습으로 나온듯 하다.
어차피 영화가 진행되는 방식은 안봐도 뻔하다. 뭐 돈 궁한 사연이 있어서 전설의주먹 참가하게 되었다가, 예전 과거 회상씬이나 얽히고 섥힌 갈등 관계들이 좀 나와주고 마지막엔 감동 레파토리로 몰아 가겠지.
식상한 구조지만 코믹 요소들도 살아있고 아역들이 정말 잘 어울리게 캐스팅이 되어서 그나마 보는 재미가 있었다.
한 때 무서울 게 없었던 친구들이었지만, 이십년 넘게 지나고 중년의 길을 걷는 지금은 각자가 삶의 무게에 짓눌려서 하루하루 버겁게 살아가는 이들.
황정민은 어릴 적 한때 올림픽 금메달까지 노렸었던 아마추어 복싱 유망주였지만, 지금은 아내를 사별하고 왕따를 당하는 딸을 둔 가난한 국수가게 주인으로 버거운 삶을 살고 있으며
회사에서는 잘나가는 홍보부장이지만 유준상은 기러기아빠를 하면서 처절한 외로움을 달랠 길이 없다.
더군다나 그가 모시는 회장 정웅인은 바로 어릴적 돈많은 친구였던 손진호인데, 철없고 개념도 없고 돈만 많은 그의 옆에서 더러운 꼴 다 참아내며 자식새끼 잘 키워보려는 생각만으로 버티고 있는 유준상을 보니 정말 대한민국 아빠들 안쓰러운 모습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딱히 리뷰를 쓸만한 내용은 이정도 뿐이다. 흥행을 위한 대중영화로,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볼만하다.
그건 그렇고, 이제 하고 싶었던 말을 좀 해보자면 과연 어릴 적 전설의 주먹이라고 불린 그들이 정말 영웅대접을 받는게 맞느냐 하는 부분이다.
이 네 명의 면모를 뜯어 살펴보면, 재벌기업 손자로 돈으로 모든걸 해결하면서 삐딱하게 자라는 손진호(정웅인), 복싱 유망주였지만 편파판정으로 꿈이 좌절된 후 폭력배로 쓰레기처럼 변한 임덕규(황정민), 부패경찰과 건달두목의 계략에 넘어가 모르는 사람을 칼로 찌른 신재석(윤제문), 가난 때문에 결국 돈과 타협하고 양아치짓을 하는 이상훈(유준상)
이게 영웅인가? 전설의 주먹?? 흔히 알고 있는 요즘으로 치면 일진이랑 다른게 무언가?
영화의 주인공이기에 당연히 정의롭고 미화된 캐릭터로 그려지지만, 난 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바로 동창회 자리이다.
황정민에게 니가 동창회 나올 생각을 했냐면서 쓰레기라고 독설을 퍼붓는 친구가 얼핏 술자리 분위기 깨는 찐따처럼 보여지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오히려 정말 순화해서 점잖게 속마음을 얘기한거다.
어릴적 폭력행사하면서 돈뜯고 물건 빼앗고 하던 놈이 방송나와서 유명세 탔다고 친구랍시고 동창회 자리에 나왔으니 배알 꼴리지 않겠는가.
더구나 자기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던 바로 그 주먹을 들고 전설이랍시고 스타가 된 것이라면. 내가 그 입장이 된다면 생각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아서 빡칠 것 같다.
임덕규는 동창회 자리에서 쓰레기 소리를 들어도 싸며, 과거의 잘못을 생각 못하고 영웅행세나 하러 나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잘못된 행동이었다. 그 자리에 갈 생각이었으면 스타행세 하기 이전에 예전 괴롭혔던 친구들(쳐맞고 돈뺏더라도 같은반에 배정되어 있는 것이 친구의 정의라면)에게 진심으로 사과부터 했어야 맞다.
전설의 주먹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 얘네들은 멋지고 정의로운 싸움꾼처럼 보여지고 나중에 황정민 딸 괴롭히는 애들은 개 쓰레기 일진처럼 묘사되는데, 뭐가 다른 건지 대체. 지금 이 순간도 양아치 일진놈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은 이 영화를 보고 전설의 주먹 흉내낸다고 뚜들겨 맞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복싱 챔피언 노리던 애가 때리면 그건 가중처벌되는 중범죄 감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우리학교에는 태권도부가 있었는데 당시 일진 개념이던 양아치놈 하나가 껄떡대면서 댐비다가 시원하게 쳐맞은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영화야 재밌게 보면 그만이지만, 그래도 은연중에 폭력의 정당화와 일진미화는 절대 경계해야 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이라면, 전설의 주먹에 나와서 왕년의 카리스마를 다시 뽐내는게 아니라 그냥 쇠고랑 차고 죄값을 치루게 해야 맞는 것이다. 점점 심해지는 학교폭력과 무너지는 교권이 바로잡히지 않는다면 일본 만화에서나 보던 학교에서 기관총 난사하는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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