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리스만

[책리뷰] 비탄의문 - 미야베 미유키, 진짜 판타지인게 아쉬운


미야베 미유키. 일명 미미여사로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일본작가라고 한다. 누군지도 몰랐고 그저 이 책의 이름 비탄의 문이 심오하니 멋져보여서 집어들었다. 네이밍 또한 마케팅의 일환이라면 나에게는 먹힌 셈.

프롤로그 식인 첫장. 마나가 죽어가는 엄마 옆에서 괴물을 목격하는 장면에 눈시울이 붉어지며 얇지않은 두권짜리인 비탄의 문을 읽기로 결심했다. 병에 걸려 죽어가는 엄마 옆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배를 곯고 있는 아이. 그 광경을 상상하니 너무 마음아파서.

아직 비탄의 문 스토리는 시작도 안했지만 어쨋든 이야기를 맛깔나게 푸는 재주는 있는 작가구나 싶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처럼.

일단 나는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읽었는데 비탄의 문 장르라도 정의하자면 범죄수사 판타지물(?) 정도가 되겠다.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거기에 엮인 인물들의 이야기로 진행되지만 메인 스토리는 다소 뜬금없음직한 판타지 요소가 껴들어 있다.

비탄의 문은 새롭고 참신한 소설이긴 한데 전체적인 총평은 완전 최고다 하기에는 살짝 모자란 정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고명작 백야행, 방황하는 칼날, 유성의 인연 등에 비교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타임킬링 용으로 읽는 소설치고는 매우 재밌는 작품 축에 속하는 것은 사실. 500쪽짜리 두 권인 비탄의 문을 이틀만에 다 읽어버렸으니.

판타지로 구성된 비탄의 문 스릴있는 스토리 이면에는 말과 이야기란 어떤 개념인가. 인간을 이루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떻게 존재하고 어떻게 의미를 가지며 살아가는가. 이런 철학적 질문에 대한 고찰도 할 수 있었다.

입 밖으로 내뱉은 말 뿐 아니라 인터넷에 글로 적은 것도 모두 말이고 그것들은 나의 이야기로 축적이 된다. 나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타인은 속여도 스스로는 안다. 더 나아가 내뱉지 않은 생각도 나의 말이고 이야기이므로 나 자신을 구성하며 쌓아올린다. 언제나 나 자신에게 부끄럼없는 말로 살아가야 한다.

타인의 말에 상처받고 타인에게 상처주며 힘들어하고 있던 나에게 말과 이야기라는 비탄의 문 소재는 한편으로 특히 흥미로웠다.

다만 늑대 주술사 소녀가 말과 이야기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은 다소 지루했음. 만화든 소설이든 설명충이 등판하면 흥이 깨진다. 아니 이게 뭐지? 궁금하게 해놓고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독자가 자연스럽게 깨닫도록 해줘야지.

소설은 정말 오랜만에 읽었는데 그래서인지 비탄의 문 두권을 시간가는줄 모르고 재밌게 본 것 같다. 말이 곧 나이고 나는 곧 말이다. 나의 이야기를 허투루 쌓지 말고 제대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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