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조커 영화해석, 심연의 광시곡인가 정신병자 다큐멘터리인가

文化/电影

2019. 11. 14. 07:00

역대급 미친 연기력의 굉장한 영화다!!

살인자 망상으로 가득찬 더러운 영화다!!


영화 조커를 보기전에 주변의 평을 듣고 대충 감이 왔다. 극명하게 갈리는 호불호. 


누군가는 당연히 배트맨 다크나이트 같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액션영화인줄 알고 극장을 찾았을 테지만, 조커는 장르가 엄연히 다른 영화다. 굳이 말하자면 23아이덴티티나 스토커같은 부류에 가까운 영화라고 해야할 것이다. 


순전히 아서 플렉이라는 소외계층의 인물이 어떻게 배트맨의 슈퍼빌런 조커로 각성하게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히어로와 악당의 대결도 없고, 커다란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도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서 플렉이라는 개인의 정신상태와 내면세계에 집중해서 매우 담담히 풀어내는데, 그것이 굉장히 날카롭게 날아와 관객에게 꽂힌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감독과 배우의 메세지가 머릿속을 가득 비집으며 강렬하게 밀려온다.


그래서 이게 부담스럽거나 싸이코패스 영화에 거부감을 느낀다면 조커는 한낱 미친 또라이 영화로 전락하는 것이고, 그걸 수용하고 넘어선다면 조커는 미친 연기력의 예술작품으로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호아킨 피닉스는 예전에 영화 그녀 (HER)에 나와서 AI (목소리 연기 스칼렛 요한슨)와 사랑에 빠지는 역할을 했던 배우였네. 와 정말 전혀 몰랐다. 어떤 영화에 나오면 그냥 그 영화의 캐릭터가 되어버리는 진정한 갓연기자인거 같다. 짝짝짝


(스포일러 주의)






● 정신 질환자가 싸이코 살인마로 전직하는 과정


아마 조커를 보기 가장 불편한 점이 바로 이부분 때문이 아닐까. 사람이 살인을 하면서 희열을 느끼고 내면의 굴레를 벗어던지며 해방되는 모습을 보며, 현대 사회의 법규아래 살아가는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뭐 저런게 다있어' 라고 거부감이 들 것이다.


조커를 보려면 윤리적 잣대로 접근하면 수용하기가 어렵다. 이 영화로 범죄자 조커의 살인이 합리화되는것도, 미화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이런 과정을 겪으며 슈퍼싸이코로 거듭나는 심리 변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 충실히, 과하게 충실히 노력한 영화일 뿐이다.


아서 플렉은 애초에 머리가 이상하고 사고방식도 일반인과 다른 정신병 환자이다. 동시에 사회 극빈곤층이자 소외계층으로써 하루하루 너무도 힘들고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가 살인으로 나를 괴롭히던 놈들에게 한방 먹임으로써 그래 이거야! 하고 도취되는 것도 결국은 기댈 곳 없는 불안한 정신이 옳고 그름을 왜곡하면서 합리화하는 망상의 하나일 뿐이다. 


그냥 호아킨 피닉스라는 배우가 조커의 정신세계를 완벽하게 연기한 그 자체에만 충실하게 보는 것이 온전하게 조커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 소피와의 관계는 아서 플렉의 망상


조커가 호불호가 갈리는 또 하나의 이유는 '헷갈리기' 때문이다. 예술적 연출로 표현하고자 하는 수많은 메시지 하며, 과대망상 정신병을 앓고 있는 조커가 보는것이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먼저 이웃집 여자 소피와의 관계는 아서 플렉이 혼자 꿈꾼 망상이다. 첫 만남에서 소피가 아파트 욕하다가 머리에 총 겨누는 유머를 하자, 한박자 뒤늦게 똑같이 받아쳐주는 아서 플렉. 이런 정상인에 비해 반응이 느리고 어딘가 핀트가 안맞는 모습은 영화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그러고선 첫 살인 후 각성하고 자신감을 얻은 시점에 혼자 그녀를 찾아가 다짜고짜 키스하며 관계를 맺고 친밀해지는 망상까지 한 것이다. 


분명 개또라이 싸이코를 연기했는데 망상 장면에서는 즐거워서 재잘거리는 여자를 앞에 두고 바라보는 저 그윽하고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라. 호아킨 연기의 신 갓갓...


이렇게 관객은 조커의 망상에 껌뻑 속았으나 영화는 친절하게 장면을 복기하면서 소피를 지워서 이것들이 조커의 망상이었다는 것을 설명해준다. 밤에 소피의 집에 찾아가 앉아있는 그를 보며 소피가 무서워하며 앞집 사시는 분이죠? 이름이 아서 플렉 맞죠? 라고 낯설게 대하는 부분이 지금까지 그들의 모든 관계가 아서만의 망상이었다는 확실한 증거이다.


그녀에게 돌진키스해서 마음을 정복했다고 믿고 그다음에 코미디 클럽 공연장면이나 데이트, 엄마 병실 등에서 소피와 함께한다고 줄곧 망상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 브루스 웨인과 아서 플렉은 아버지가 같다?


영화를 보고난 후, 그래서 브루스 웨인과 아서 플렉이 이복 형제냐 아니냐에 대한 해석 여지가 분분하다. 각각의 가설이 맞으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① 이복동생 관계일 경우


토마스 웨인과 아서 플렉의 엄마 페니가 진짜 연인이었음

엄마의 아캄병원 진료기록이 모두 조작

엄마는 정신병이 없으며 했던말이 모두 진실

아서 플렉을 입양했다는 서류도 조작


② 엄마 페니 플렉의 망상인 경우


토마스 웨인의 태도가 진짜 (친아들이 아니기에 조금도 안놀람)

알프레도의 증언도 사실, 같이 입맞춰서 연기하는게 아니라면

사진 뒤에 써진 미소가 예뻐 T.W 문구는 그냥 사인받은거.


2에 좀 더 비중이 기울어지는 느낌인데 그렇다고 완전히 1을 배제할 수 없게 약간 오픈결말 식으로 만들어놓았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아빠가 토마스 웨인이든 아니든 조커에게는 이제 상관없어졌다는 것이다.


이미 어머니를 죽이는 시점에서 조커는 출생의 비밀보다, 어린시절 자신의 학대를 방치해서 이렇게 정신질환을 겪게 되고 그럼에도 늘 웃고 살라는 소리만 해온 모친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린 것이다. 그 억지 웃음이야말로 아서 플렉이 자신을 인정 못하고 늘 괴로워했던 원천이었으니.


엄마의 망상이었다고 결론을 낸 것이고, 그래서 사진을 발견했을 때도 주저없이 구겨버린다. 그 역시 엄마의 자작쇼였을거라 여기며. 즉 토마스 웨인과 혈연관계든 아니던 어머니가 이딴 식으로 키워서 인생을 망친건 사실이고, 그걸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출생의 비밀도 2번에 더 무게가 실린다.




● 오픈결말, 하지만 관객은 어리둥절


머레이를 생방송 중에 살해하고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완전한 조커로 탄생한 후, 영화의 에필로그에선 정신병동 상담중에 상담자를 살해한 듯한 장면이 나온다. 


이 때 조커가 재밌는 농담이 떠올랐는데 이해 못할거야 라는 말을 하는데, 이것 때문에 영화 내용 전체가 사실 망상이었다 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조커의 탄생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놨는데 정작 사실은 하나도 없고 조커가 한바탕 꾼 꿈 이야기였을 뿐이 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아신발꿈 결말로 모든걸 허무하게 돌리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조커의 기원에 대해 이렇게 열심히 분석하고 연구해서 캐릭터를 만들어놨는데... 


영화 중간중간 정신질환 체크에 사용하는 11시 10분으로 시계바늘이 가있다던지 여러 장치들때문에 이런 혼동을 주는거 같은데, 이렇게 관객에게 숙제를 던지려고 교묘하게 뿌려놓은 떡밥들이 아닌가 싶다. 아서 플렉이 망상증이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망상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히 하기 위해서 첨가한 것일수도 있고.


오히려 너무 배배꽈서 생각하다보면 진실에서 더 멀어질 수도 있는 법. 보통 사람의 수준에서 눈에 보인 내용이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 영화중에 소피와의 관계가 망상임을 깨달았는데 그 자체도 전부 망상이라고 하면 무슨 인셉션도 아니고...




● 여담 : 번역오류 논란, 내 삶보다 더 가취있기를


I hope my death makes more cents than my life.


이 문장은 아서 플렉의 농담노트에 써놓은 자기 딴에는 회심의 코미디이다. 초반에 상담사에게 보여주는 장면에서 상담사가 읽으면서 웃지도 않는데 (그닥 웃기진 않음) 원래 정상적으로 썼다면 이렇다.


I hope my death makes more sense than my life.

나의 죽음이 나의 삶보다 더 가치있기를.


실제로 상담사가 읽으면서는 이렇게 수정해서 말한다. 그러나 이게 맞춤법을 틀린게 아니라 아서 플렉이 일부로 비슷한 발음으로 언어유희 조크를 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센스와 센츠 비슷한 발음의 단어로 치환하면서 죽음이 삶보다 의미있기를 라는 뜻을 죽음이 삶보다 한푼이라도 더 돈이 되기를 이라는 뜻으로 바꾼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어 번역 극상의 스킬을 요구하는 부분이다.


훌륭한 번역가는 뭐다? 모국어를 잘하는 사람이다. ㅋㅋㅋ


이걸 극장에서는 나의 죽음이 나의 삶보다 더 가취있기를 이라고 번역해놓았다. 아니 미국식 언어유희로 아서 플렉이 농담을 만든건데 그걸 교육 수준 딸려서 맞춤법 틀린 것처럼 해석해놓으면 어떡하냐


애초에 아서가 맞춤법 틀렸다고 생각하는 거 자체가 말이 안된다. 영화보면 상담사한테 자기가 만든 조크 보여준다고 농담노트에서 그 문구 건네면서 뿌듯해하는데 당연히 언어유희로 만들었으니까 조크인거지. sense로 썼으면 그냥 명언이고 무슨 코미디겠어 그게.


영어 못하는 내가 봐도 이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검색해보니 원성이 들끓었네. 게다가 이건 조커 영화를 관통하며 여러 차례나 등장하는, 주제를 반영한 핵심적인 문구인데 말이다. 이 문장의 번역에 실패 했다는 것은 영화 제목을 조커를 좇커라고 써놓은 것이나 다름없는 멍청한 짓이다.


머레이 쇼에서 원래 조커는 생방송 중에 이 농담을 선보이며 권총자살을 하려고 계획했었다.


가치(또는 sense의 다른 뜻)와 발음이 비슷한 한국어 중에서 푼돈, 싼값이라는 의미를 갖는 단어를 선택해서 썼어야 한다. 나의 죽음이 나의 삶보다 더 값이 있기를 정도로 하는게 훨씬 적당하지 않았을까 싶다. 발음이 비슷하고 의미는 돈으로 바뀌면서.


나중에 제작사 측에선 가취라는 뜻에 덤이라는 의미도 있어서 토의끝에 선택했다고 하는데 궁색한 변명이다. 나중에 문제되니까 대충 해명한거 같은데, 실제로 그렇다고 해도 평소에 가취라는 한국말 쓰는사람이 어디있냐 ㅡㅡ; 


사전찾아보고 뜻 있으면 가져다가 번역에 썼다는 얘긴데, 모국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했다는 얘기뿐이 안된다. 심지어 영화 자막 자체가 오타라고 생각한 사람도 부지기수였을 것이다 ㅋㅋㅋㅋ


그래서 매번 오역 논란의 중심었던 번역가 박지훈은 현재 박취훈으로 불리고 있으며, ~가취있기를 이 말이 유행어처럼 되어서 'XX보다 청하가 더 가취있기를' 이런식으로 SNS 마케팅에 사용되기도 했다.


끝.


본 원고는 wavve 리뷰단 활동의 일환으로,

‘콘텐츠웨이브’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