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리스만

천천히 먹는건 다이어트와 장수뿐만 아니라 자체로 즐겁다

배가 고파 입에 침이 고이고 

뇌에서는 무언가를 섭취하여 포만감을 느끼고자 하는 명령을 온몸에 내린다. 

팔을 뻗어 젓가락을 움켜쥔다. 

가벼운 느낌의 나무감촉이 손 안쪽에 와닿는다. 

젓가락 끝단을 맞추고 두세번 헛질을 해본다. 

톡 톡. 

끝부분이 닿는 느낌을 온몸으로 느껴지도록 신경을 곤두세우고 집중한다.

 

 

젓가락을 내딛어 짜파게티 면발 속으로 스윽 찔러넣는다. 

막히는 부분없이 사르르 들어간다. 

젓가락이 내 몸의 민감한 부분이라도 된 양, 

그 곁에 닿는 면발의 흔들림과 소스의 감촉을 느껴본다. 

그리고 아귀에 살짝 힘을 얹어 면발을 움켜집는다. 

너무 과하지도, 너무 모자라지도 않은 한 입 불량의 면이다. 

 

서서히 입으로 가져간다. 

이 순간만큼 눈도 귀도 없는 것처럼, 

미각에만 집중한다. 

마침내 탱글한 면발을 베어물며 자극적인 소스가 입 안 가득 퍼진다. 

맛있다. 

미각 세포 하나하나로 촉감과 맛을 받아들인다. 

입 속의 짜파게티를 씹고 음미하는데 이 순간을 모두 쏟아붓는다.

 

허기진 상태에서 식사를 할 때 첫 술은 최대치의 만족도를 제공한다. 

앞으로 계속 먹어서 배가 부르게 되면 이만큼의 쾌감을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제창한 고센은 죽어서야 이론이 인정을 받았으니, 

당시의 사람들을 좀 굶긴 후에 밥을 먹였어야 했다.

 

잠시 머리속에 딴 생각이 퍼질 뻔했다.

어느덧 깨어진 짜파게티 면발을 마저 꼭꼭 씹어서 삼킨다. 

목을 넘어가서 배가 채워지는 느낌을 전달하자, 

내몸에서 '더!!' 라고 소리친다. 두번째 젓가락을 뻗는다.

 

오징어와 불고기 한점을 조심스레 같이 집어올린다.

기름지고 부드러운 고기결과 오징어의 쫄깃한 감촉이 

젓가락의 양끝에 각각 다른 느낌으로 전달된다. 

입을 벌리고 그 선물을 맞이한다. 

지져스. 

톡 터지듯이 탱그러운 오징어가 씹히면서 

이내 불고기의 부드러움이 혀에 딥키스를 해온다. 

거부할 수 없다.

 

소스의 여운이 가져다준 혓바닥의 황홀한 현기증이 채 가시기 전에, 

세번째 젓가락은 두부와 김치를 쌓아올리러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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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구내식당에서 짜파게티를 먹으면서 

문득 예전에 읽었던 책에 나온 대목이 떠올라서 

눈을 지긋이 감고 밥 한톨 면발 한가닥의 맛과 감촉에 신경을 집중하며 먹어보았다. 

내 마음을 열고 감사히 음미하며 식사할 때와, 

일에 치여서 5분만에 밥말아서 후루룩 들이마시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후자의 경우는 몸속에 들어가서도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영양분으로 섭취되어 몸을 건강하게 하는 밥이 되려면, 먹는 자세부터 달라야 한다.

 

 

책 자체는 끝까지 보지도 못했고 그닥 좋은 평가를 주고 싶지도 않지만, 

앞부분에 저런 식사태도에 대한 부분까지만 기억이 난다. 

스님이니까 가능한거 같기도 하고... 

어쨌든 일핑계로 다이어트 다시 손놓은지 꽤 흘렀는데,

현미밥&군것질금지 다시 시작하고 

식사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는 습관을 들여보려고 한다.

 

13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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