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리스만

높은 투표율에 기여했지만...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 선거 후기)

쉬익.. 딸깍!  졸졸졸... 꿀꺽.

시원한 맥주 한모금이 목구멍을 타고 내린다.

 

추운 날씨에 눈이 침침해지도록 많이 걷기도 하고 여러모로 힘든 하루였다.

 

휴일인데도 출근을 해서 일을 하고 다행히 오후가 되자 마무리가 되어서

다짐했던 대로 투표를 한번 해보자 하고 천안에서 서울까지 올라갔다.

딴생각 하다가 지하철도 지나쳐서 내려서 택시를 잡아타고 투표소까지 가기도 했다.

이동중에 인터넷에서 본 줄이 늘어서 있는 붐비는 투표소 모습과는 달리

끝물에 가서 그런지 아주 한적한 상태로 가자마자 바로 찍고 나왔다.

 

성인이 되고 내게 주어진 여러번의 선거권을 포기하고 드디어 처음으로 한 표를 행사한 것이다.

투표를 하고 나니 왠지 뿌듯함이 느껴져서 기분이 들떴다. 별거 아니구나도 싶었다.

선거인 명부에 싸인을 하는데 부모님이 이미 다녀가신 것도 보았다.

젊은 커플이 나란히 와서 투표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인증샷은 찍어볼까 하다 그만뒀다.

 

투표를 하고 나니까 개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새삼스레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도 많구나 싶으면서

지역별 연령별 투표율과 지지율을 보니 대한민국의 현실이 와닿았다.

 

(아래는 네이버 출처 출구조사 결과)

 

↑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고

 ↑이것이 우리나라 국민의 현주소이다.

 

 

지역별 연령별 지지에 대한 해석

 

저 두 그래프만으로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세력과 유권자들의 표심이 금방 분석된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독재 세력은 경남 지방의 발전에 특혜를 많이 주었고 지역감정을 조장했다고 여기는

전라도 지역은 현재 기득권층인 그들에게 매우 큰 반감을 가지고 대안으로 야당인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인구수는 얼마 되지 않으며 경상도를 비롯한 큰 선거구의 대부분은 새누리당 세력에 우세표를 주고 있다.

일단 첫번째 그래프에서 이와 같이 아직도 지역감정이 만연하게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는데,

단지 유권자의 인식이 바뀔 문제가 아니라 그 시절의 정치인과 세력가들이 아직도 활동하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정치인과 정당 구조부터 세대교체와 개편이 되지 않는 이상 한동안은 이런 현상이 유지되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두번째 도표인 연령별 지지도를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 전두환 시절에 독재타도를 외쳤던 분들이 (그 결과 87년에 처음으로 1인 1표 직선제가 도입됨)

지금에 와서는 자신들이 반대했던 독재자의 딸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하고 있다.

이것은 독재는 문제가 있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 시기의 경제발전과 여러 성과에 대한 좋은 평가로

장점이 단점을 눌러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해석을 하면 될까.

 

 

 

 

나이대에 따른 차이의 이유

 

현재 개표가 거의 완료되어 박근혜 당선으로 확실시 되었는데,

인터넷 여론과는 달리 실제로 노년층의 압도적인 보수표에 의해서 (콘크리트 라고 불리는) 큰 힘을 얻은 걸로 보인다.

웹상에서 각종 과거 역사에 대한 의혹 등에 접근성이 높은 젊은층은 보수세력에 부정적이고 교체를 염원하게 되지만

상대적으로 공중파, 종이신문 위주의 여전히 한정적 정보만을 접하는 고령층은 

계속해서 기득권에 유리한 정보들을 접하고 생각과 판단도 그쪽으로 하게 되는 듯 하다.

예전부터 쌓아온 이미지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콘크리트 층이라고 불리는 유권집단의 위력이 왜 큰가 오늘 느꼈는데

내가 직접 투표를 하고 와보니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바로 나이가 많을수록 투표가 습관화되어 아무렇지 않게 가서 지지당을 찍어주는 것이다.

오늘 내가 첫 투표를 하기까지 지난 여러 선거들을 얼마나 많은 이유로 기피했었는가.

바빠, 놀러가, 귀찮아, 등등... 하지만 한번 하고보니 별거 아니고 쉽다는 느낌이 들고

다음 번에는 또다시 투표를 할 확률이 훨씬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게 나이를 먹을수록 쉽게 선거장으로 발길을 옴기는 거지.

도표는 넣지 않았지만 20대 투표율이 66% 정도이고 50~60대는 거의 90%에 육박하는 엄청난 투표율이 나왔다.

게다가 점점 인구감소로 젊은애들은 머리수가 줄고 늙은이들은 많아져서 그 수적 절대치로도 압도적이다.

 

 

 

 

보수 vs 진보 ??

 

사실 문재인이 누군지도 몰랐고, 박근혜는 무슨 활동을 하는지도 몰라서 막연히 그냥 깨끗한 이미지만 있었었다.

TV 토론회도 보고 인터넷에서 각종 의혹과 해명도 살펴보고, 여러 상반된 견해를 가진 언론사의 기사도 두루 보다보니 

그나마 어렴풋이 감을 잡고 누구를 뽑을지 (실은 누가 되면 안될지)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한가지 아쉬운건 마치 이번 선거가 보수의 대결집과 진보의 총 대결로 거창하게 포장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진보 보수가 어디있나.

그냥 북한 들먹여서 안보위협이 있다. 쟤네는 북한에 나라 팔아먹을 놈들이니까 우리를 뽑아야 나라가 안전하다.

이딴 논리로 상대방 깎아내려서 표 긁어모아온 것이었지. 이건 정작 보수 진보랑은 거리가 먼 얘기인데...

이제는 그런게 안통할 것 같지만 NLL 같은걸로 신문에서 떠들면서 여전히 적잖은 사람이 넘어갔을 것이다.

 

심지어 공약도 경제민주화, 반값등록금 등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자며 야당에서 할만한 내용들을

여당에서도 그대로 뭐가 차이있는지도 모르게 비슷하게 제시하고 있다.

서민생활이 나아지도록 하겠다, 안보도 지키고 교육정책도 개선하겠다. 재벌도 개혁하겠다...

아니 굳이 박근혜 문재인이 선거를 할 필요가 있나? 

그냥 여야 단일화해서 말한 공약만 다지켜도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지도잔데?

물론 자세히 뜯어보면 방법의 차이도 있지만 대체로 뭐가 진보고 뭐가 보순지도 모르게 죄다 비스무레하다.

결국은 그냥 인기투표하는 셈이 되어버린 것이다.

 

 

쓰다보니 길어지네 일찍 자야되는데... 캔 하나를 더 딴다.

 

 

 

앞으로의 선거는...

 

문재인이 되면 북한에 나라 팔아먹을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박근혜가 되면 독재시절이 될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사실 누가 되던 개미들 살아가는 하루하루야 큰 변화없이 우리네 삶은 똑같을 것이다.

서민을 위한 정책을 발의하려고 해도 국회의원 후원 누가해주나? 생각해보면 그게 쉽사리 될리는 없다는 거고

그저 부정부패로 덜 해쳐먹을 것 같은 사람으로 차악을 뽑는게 선거라는 말이 맞는 듯 하다.

 

다만 이번 연령대별 표심이 말해주듯 앞으론 사회 양극화 해소를 공약으로 필히 걸어야만 할 것이고

지금은 노년층이 이른바 보수세력을 뽑아주지만 이제 의료민영화도 추진될테니

수명연장은 돈많은 남의 집 얘기고 빨리빨리 세대교체가 되면 그런 현상이 더욱 보편화되겠지.

당연히 지역감정이니 뭐니 그런것도 스르르 사라질거고.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인터넷과 오프라인에서 인기몰이를 하며 대세인듯 보였지만

가만히 있다가 추운날 굳이 힘든몸 이끌고 나와서 투표하시는 으르신들의 보수표가 결국 대한민국을 결정지었다.

야당에서는 정권교체의 열망이 있는 젊은 유권자들에게만 호소할 것이 아니라

나이든 콘크리트층에 대해서도 피부에 와닿는 혜택을 제시하던지 해서 표를 끌어올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말은 썼지만 어떻게 그게 가능할지 감은 안잡히는군)

 

아무튼 이제 다음 정권은 정해졌으니 얼마나 공약을 잘 지키는지, 몰래갔다 팔아먹는거 없는지 감시하면서 볼 일이고

그러한 투표-감시-다음투표로심판 하는 민주주의의 체제가 소규모 지방선거까지 정착이 되어야 

진정한 정치선진국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념이고 정당이고를 떠나서 그냥 덜 비리로 해쳐먹을 놈, 그리고 나한테 이득이 될 공약 제시한 놈

을 뽑는 자세만 똑바로 가지면 보수고 진보고간에 좀더 나은세상으로 한발자국씩 바뀌어 가겠지.

 

 

 

 

이번 대선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이 나왔다고들 하는데 내 기대보다는 낮았다. 젊은층이 아직 부족해.

암튼, 씁쓸하지만 그래도 소중한 투표권 행사를 통해 많은 걸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선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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