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리스만

장학퀴즈와 한국교육

오랫만에 여의도 본가(?)에 들러서 느긋하게 뒹굴거리며 주말 오후의 시간을 보고 있다. 가요 프로그램에서 걸그룹 엉덩이 흔들어대는걸 보며 혀를 끌끌 차면서 끝까지 다 보고 (...) 채널을 돌리니 장학퀴즈가 하고 있었다.

 

퀴즈 프로그램은 같이 문제를 풀어보면서 보는 재미도 있는데, 고교이하 교육과정에 나오는 여러가지 내용들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저런걸 아직까지 기억하는건 서울대 갈 정도로 달달 외웠던 녀석들 뿐이리라. 애초에 단답식으로 암기력 테스트 하듯이 출제되는 문제들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무령왕릉이 벽돌무덤 양식으로 지어졌다는 사실을 졸업하고 10년 20년 지나서도 평생 살아가며 상식으로 기억을 하려면, 벽돌로 지을때의 이점은 뭔지 당시 그렇게 한 환경적 요인은 무엇인지 또는 거기에 얽힌 스토리텔링과 함께 '왜' 그랬는지가 이해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무슨 왕릉은 무슨무덤 무슨 왕릉은 무슨무덤 맞게 짝지어진 것은? 이런거 무작정 외워서 시험문제 풀고 앉아있는게 대체 살아가면서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건가.

 

서양식 선진교육 토론수업이었다면 삼국시대의 시대적 배경과 외세의 영향등을 고려해서 신라가 통일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 있는가, 다른 나라가 전황을 뒤집으려면 어떤 전략을 펼쳤어야 했을까 이런걸 생각해봐야 사고의 깊이와 폭이 성장하는게 아닐지.

 

말하는 동안에도 주기율표에 나오는 이상한 원자번호들 몇개 더하면 합이 얼마일지 그런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 하아... 그렇게 내가 화학을 싫어하고 젬병이 된것도 같은 맥락이긴 한데, 한편으론 핑계지 뭐.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했다면 영어공부하고 외국 사이트 뒤져가면서 이해하는 공부를 스스로 찾아했을 텐데.

 

그건 그렇고 학생들과 토크도 해가면서 진행이 되는데 어느 여학생이 막연하지만 연구원, 화학쪽으로 해보고 싶다는 장래희망을 얘기하는 것을 보고 의외였다. 과학자같은 꿈을 가진 청소년이 아직도 존재하긴 하는구나. 정말 기특하다.

 

하지만 기특한건 한거고 외국대학 박사학위 진학할게 아니면 빨리 진로를 바꾸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개떡같은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선 공대생이 되느니 그 공부 실력이면 법조/의학으로 가거나 아니면 인문계쪽 가서 돈놓고 돈먹는 금융업으로 가는걸 적극 추천한다. 창업이나 자영업은 절대 꿈도 꾸지 말고.

 

그 옆의 여학생은 이쁘장하게 생겼는데 역시나 MC가 장래희망이 아니라 대학진학 후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얘기와 아버지가 보수적이셔서 허락하지 않는다는 대화로 끌고간다. 극도의 자본주의+외모지상주의가 결합된 한국사회에서는 이 여학생이 뭘 하더라도 훨씬 수월하게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라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더 웃긴 것은 아까 연구원지망 여학생보다 이 학생이 더 똑똑해서 문제도 더 잘맞췄다는 것 ㅋㅋㅋ

 

마지막으로 옛날생각이 나다보니 서울대 갔던 후배가 떠올랐는데, 위에서 달달 외우는 교육이 사고를 키우는데 쓸모없다고 비판했지만 그 후배녀석을 보면 언론사 사설 수준의 사회이슈 비평문도 쓸 줄 알고 생각도 굉장히 많은 녀석이었다. 결국 다 자기하기 나름이라는 것이고 명문대 간 친구들은 달달외우는 '것도' 잘해서 간거지 그것만 잘한건 아니라는 거

 

개떡같은 교육제도 때문에 학창시절이 참 낭비가 많았다는 안타까움이 들어서 푸념 몇 자 적은 셈이 되었넹. 지나간 걸 어쩌겠어 공부는 평생하는거라고 앞으로라도 내방식대로 꾸준히 하면서 살아야지.

 

티비에 보이는 또랑또랑한 저 어린 친구들이 노력한 만큼 보람있는 업적을 이룰 수 있는 한국으로 조금씩이나마 바뀌어 갔으면 좋겠다. 좋은 말로 마무리 지으려고 적었긴 한데 사실 그럴 일은 없음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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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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