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리스만

대인기피증이 아닌 지인기피증??

가만 보면 나같은 사람을 어렵사리 찾아볼 수 있는 것 같다. 귀차니즘에 뼛속까지 물들어서 누구 만나러 나댕기는 것조차 가급적 안하는 스타일. 그냥 집구석에서 죽을때까지 게임만 쳐하다 뒈질 인생 -_-

 

생각해보면 그렇다고 대인기피증 같은 증상은 아니다.

 

무슨 모임이나 동호회 같은 곳에 나가는 것은 거부감이 없이 오히려 약간의 긴장을 동반한 설렘으로 짜릿한데, 아는 사람들과 술자리나 경조사를 챙겨다니는 것이 귀찮을 뿐이다. 명절때 친척모이는 곳에 간다던지 그런것도 그렇고... 그래서 나는 이 증상을 지인기피증(가제)라고 이름을 붙여보았다. 

 

오히려 이런 나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마당발에 어장관리(이성이 아니라 지인에 대한)에 많은 공을 들이는 사람들. 늘 끊이지 않는 술약속에 바쁜 그들은 존재감이 빼어나고 주변 사람들이 대체로 좋아하는 사람이 된다.

 

결혼식에 가보면 역대급으로 많은 하객이 참석하고 심지어 축의금 내려고 줄까지 서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물론 결혼식은 부모가 하는거니 그 부모도 그런 넓은 인맥을 가진 분인가보다)

 

예전에는 그런게 부러웠던 적도 있었는데 사람 성격이 원하는대로 되는것도 아니고 그냥 생긴대로 사는게 편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나는 이런 사람이야 라고 솔직하게 인정을 하고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게 낫다.

 

마치 블로그를 하면서 이웃을 관리한답시고 매일같이 순회공연 답방을 하고 맘에도 없는 추천과 댓글을 남기는 것처럼, 현실에서도 카스 페북같은걸로 겉치레 교류나 하면서 연락하는 사이라는 관계를 유지하는 행위. 피곤하다.

 

뜬금없이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어제도 정말 나가기 싫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결혼식장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친구놈에게 술을 얻어먹어서 안갈수도 없는... 이래서 결혼전에 한턱들 쏘면서 참석을 종용하는거지.

 

아 피곤하다 그런것도. 걍 대충 올만한 사람만 데리고 하면 어때서, 아니 애초에 결혼식이라는 것 자체가 로맨틱하지도 않고 돈지랄에 보여주기 식이기만 하니 왜하는건지...

 

구두를 꺼내신고 (이럴때만 일년에 몇 번 신으려나) 벨트도 안하던거 차고. 아 그런데 그동안 살이 빠져서 그런지 가장 조여매도 헐렁하다. 심지어 정장은 동생이 헤비급일때 맞춘거라 바지가 흘러내려서 하루종일 계속 붙잡고 다녔다.

 

날도 엄청 더웠는데 보기에도 더워보이는 정장을 입고 다니느라 힘들었네. 사무직으로 정장출근하는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하냐 어휴

 

노타이에 다리지도 않은 옷 대충 걸치고 나갔지만 그래도 지나가다가 눈이 마주치는 여자들이 많아진 것을 느낀다. 이성에 관심이 많았던 대학생 때나 생각했었던 건데, 남자도 잘 차려입었을 때랑 그냥 동네 아저씨같이 후줄근할때랑 시선을 받는 것이 분명 차이가 있다.

 

물론 남자가 핫팬츠에 늘씬한 여자가 지나갈때 시선을 빼앗겨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여자는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에 힐끔거리듯이 살짝 쳐다본다. 사실은 '저새끼 날도 더운데 정장 쳐입고 있네' 라고 생각해서 쳐다보는 것일수도 ㅋㅋㅋㅋ

 

서울역 지하철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줄서있는 사람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느낀건데, 걸어갈까 에스컬레이터 타고갈까 고민을 하는게 아니라 그냥 애초부터 없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걸어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왜 굳이 심심하게 서서 사람 다닥다닥 붙어있는 답답한 저길로 가는거지 하고 이해가 안되기도 한다. 저앞에 예수믿으라고 서있는 사람때문에 무슨 천국행 열차 타는 탑승자들 같아보이기도 하네 허허

 

서울에 올라오면 북쪽이라 보통은 좀더 시원하곤 했는데, 여름 앞에서는 예외다. 서울의 여름은 더운게 아니라 끈적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래서 짜증이 솟구친다. 이마엔 개기름이 솔솔 나오고 등짝엔 끈덕지게 땀으로 들러붙고... 어느덧 뜨겁게 다가온 여름의 햇살 아래 짧은 옷을 입고 건강한 노출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좋다

 

결혼식은 축의금 10만원 내고선 밥도 안먹고 돌아왔다. 결혼식 부페 쓰레기라는걸 많이 봐서 앞으로 아예 안먹을 생각. 정말 오랫만에 본 대학 친구들도 반갑긴 했는데.. 그냥 그것 뿐. 그렇다고 언제 또 술한잔 하자 이런것도 아니고 경조사때나 보는 사이가 되어버린 사람들. 아,, 모르겠다. 사람과 사람 만나며 산다는거. 진정성 없는 가식사교만 넘치는 한국사회.

 

뭐 별거 없네,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간 스스로에게 대견해하며 다시 돌아오는 길. ㅅㅂ 내가 탈 기차만 Delay 15분 미친.... 수원에서 서울가는데 기차타고 20분인데 15분 연착이란다 ㅋㅋㅋㅋㅋ 이런건 환불 제도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함. 아닌가.. 민영화 안하고 저렴하게 운영해주는 것만도 고마워해야지.

 

암튼, 간만에 구두신고 성큼걸이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흘러내리는 바지 붙잡고 다니느라 불편했던 정장차림의 하루였다. 

나같이 귀차니즘에 의한 지인기피증 증상인 사람들 어디 또 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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