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리스만

장고, 타란티노식 서부총잡이 액션영화

보통 총으로 사람을 '쏜다' 라고 표현하고, 총에 '맞는다' 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타란티노식 액션으로 거듭난 서부총잡이 영화 장고에서는 총에 '터진다' 라고 하는게 적절하다. 그만큼 얌전히 총알에 맞아죽는게 아니라 피가 낭자하고 고깃덩이처럼 육신이 박살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기억력이 나쁜 나는 이름만 익숙하고 대표작을 몰랐는데, 찾아보니 쿠엔틴 타란티노가 킬빌의 감독이더라. 그렇다면 말 다했지 뭐.

 

킬빌에서도 검에 곱게 찔려죽지 않고 몸이 댕강댕강 베어지면서 선혈이 흩뿌려지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액션 스타일이 총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비위가 약한 사람들에겐 비추천.

 

잔인한걸 개의치 않는 나라서 오랫만에 보는 서부식 총잡이 영화가 반갑기도 하고 연출방식도 독특해서 괜찮게 기억에 남는다.

 

오프닝부터 왠 촌스런 멕시코 요리집 메뉴판같은 자막이 나오면서 3류영화 스멜이 나서 걱정했는데, 나름 유머코드도 맞고 재밌었다. 약간은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때는 아직 노예해방을 둘러싼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미국. 치과의사였다가 현상금 사냥꾼을 하고 있는 닥터 킹 슐츠는 다음 타겟의 얼굴을 알고 있는 노예가 필요해서 팔려가는 장고를 구해주게 된다.

 

영화 원제의 "Django Unchained" 에서 Unchained는 해방된 것을 뜻하고, 즉 노예에서 자유인이 된 장고라는 뜻이다. 영화 속에서도 닥터 킹 슐츠가 데리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장고 프리맨" 이라고 소개하고 동등하게 대하라고 요구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그 일을 마친 후에도 장고와 슐츠는 계속 함께하게 되고, 슐츠는 장고에게 총을 가르쳐주어 타고난 재능이 있던 장고 또한 특등사수로 성장한다.

 

그러다 예전 노예시절에 결혼을 했던 부인 브룸힐다를 찾으러 같이 떠나는데, 부인도 팔리고 팔려서 대지주인 캔디에게 소유되어 있는 상태이다. 캔디가 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나이를 점점 먹더니 오히려 더 멋있어지고 연기도 왕잘한다. 우와.... 

 

암튼 뭐 후반부는 스포일러 방지차원에서 간단히만 말하면 둘이서 그녀를 빼내오려고 계략을 짜서 접근을 시도하고 그 후에 티격태격 일어나는 일들로 진행이 된다.

 

아쉬운 점은 이 영화의 메인 스토리가 바로 장고의 부인을 구출하려고 둘이 잠입하는 것인데, 차라리 다른 이벤트로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왠만한 총잡이 한부대도 가볍게 몰살시키는 이 둘의 실력에는 조금 걸맞지 않는 미션이었던 듯 해서 차라리 무슨 복수를 한다던지, 거대한 음모를 파헤쳐서 맞서 싸운다던지 이런 시나리오였다면 블록버스터에 걸맞는 스케일이 되었겠지 싶다.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중 하나가 잔인성 외에 바로 스토리가 개연성이 좀 떨어지는 이런 내용이라서 그렇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아마 다른 관객들도?) 장고보다도 슐츠가 정말 매력적이고 마음에 들었는데, 처음엔 당연히 이 사람 위주로 진행이 되다가 주인공이 장고이다보니 어느순간부터 초점이 넘어가는게 느껴졌다. 그때부터 오히려 재미가 떨어지고 굵은 대마가 행방불명된 느낌을 받았다.

 

크리스토프 왈츠라는 독일/오스트리아 2중국적의 이 배우 정말 멋있다. 위트있는 신사의 기품과 아무렇지 않게 총알을 박아대는 웨스턴 총잡이의 카리스마까지 겸비한 훌륭한 캐릭터를 연기해주었다.

 

덕분에 아카데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고 하는데, 주연이었다면 주연상을 타지 않았을까 한다. 아 그리고 사실 어떻게 조연이야 이게 주연이지... 디카프리오가 조연이고;;;

 

어찌보면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장르의 영화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그러기에는 우리나라 사람 관점에서 봐서 그런지 딱히 노예해방과 흑인차별에 대한 주제에 집중이 되진 않는다. 잔혹한 웨스턴무비의 색깔이 훨씬 짙게 느껴진달까.

 

제레미 폭스가 제대로 억눌린 노예의 한과 울분을 표현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오히려 구출작전 하느라 건방진 자유인 연기를 하다보니 캐릭터가 애매하게 살아나지 못했다.

 

차라리 흑인노예랑 관련된 내용 빼고 크리스토프 왈츠가 주연이 되어서 그냥 한바탕 총질 활극을 펼쳤어도 충분히 블록버스터가 되었을 것 같은 느낌. 킬빌의 총잡이 버전으로 말이다. 재밌지만 다소 아쉬운 점이 남는 영화, 장고였다.

 

 

13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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