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리스만

(예전일기130312) 수를 놓는다는 것.

어느덧 3월도 중순을 향해 치닫고 있다. 2013년이 된지도 벌써 1/4이 흘러가려고 한다. 이건 정말 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로조차도 담아낼 수가 없는 속도다. 하루하루 출근했다 퇴근하고 컴퓨터나 게임을 깨작거리다가 새벽쯤 잠이 든다. 그리고 내일 아침의 눈을 뜬다. 무료하다. 무료함에 주저앉아 일상을 그 반복의 굴레에 가둔다. 되풀이된다.

 

어느 순간 고리를 끊지 않으면 빠져나올수가 없는 반복의 톱니바퀴를 걷고 있다. 한바퀴를 돌면 다시 또 처음부터 돌고 다돌면 또 도는 그런 일상이 아니라, 어딘가로 튀어나가서 갈림길에 서고 선택과 모험을 계속 하게 되는 그런 역동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야 긴장속에 항시 에너지가 충만한 채로 '살아있는' 내가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일탈은 오히려 독약만 될 뿐이다. 철저하고 치밀하게 오랫동안, 그리고 계획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수를 놓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한 번 말을 움직이는 데는 별다른 힘도 필요치 않다. 눈앞의 목표만 보고 걸음을 띠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렇게 한 수 한 수가 덧없이 쌓이면 정신을 차렸을 때는 판국을 뒤집을 수 없는 막장에 도달해있다. 지금 두는 한 수가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느끼며, 원하는 그림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하나씩 모아나가야 한다. 비록 그것이 겉으로 보기에는 다소 의미없는 버림패처럼 여겨질지라도.

 

이름만 들으면 아는 굴지의 대기업을 다닌다 해도 정작 그 속에서 내가 하는 것은 우주로켓의 한 부품같은 역할일 뿐이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많이 있다. 그 어려운 입사의 문턱을 넘었을 때는 뭐라도 된 듯이 신이 났었지만, 돌이켜보면 또 별거 아니었다.

 

시험을 통해 적당히 머리 돌아가는 녀석들 추리고 그중에서 조직문화에 적응 잘할만한 스타일을 면접으로 거르는것, 그게 다지.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가 보잘것없어지고 넘어야될 선이 보이지조차 않으니 자기계발도 등한시하게 된다.

 

그러나 고인 물에서 그렇게 머물러 있으면 더더욱 바뀌는 것이 없다. 그나마 작은 기회마저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다. 회사에서 지원하는 각종 연수나 파견 등을 지원하여 커리어를 쌓고 승승장구 하거나, 아니면 경쟁력을 갖춰서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선택지는 몇 가지가 있다. 그 어떤 것을 하려고 하더라도 도태되고 의욕을 잃은 상태로는 불가능하다.

 

일단 현재의 위치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이고 여러 곳에서 탐내는 인재가 되어야만 회사의 혜택에 지원할지, 다른 곳으로 옮길지, 머무르며 좋은 평가를 받을지 선택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그런 수를 차곡차곡 놓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려면, 현재의 찌든 껍데기부터 벗어던져야 한다. 매일 반복되는 업무에서 오는 권태, 하던 일은 쉬우니 반대로 새로운 도전은 어렵고 기피하는 두려움, 세상에서 회사로 회사에서 부서로 점점 좁아져있는 안목. 이런 것들을 바꿔야만 한다.

 

정확한 해답은 모르겠다. 문제를 알고 있고 무엇을 바꿔야하는지는 인지하는데 어떤 방법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확신은 없다. 다만 거창한 다짐이나 어느날부터의 큰 변화보다는 당장 내일, 아니 오늘부터 실천하는 사소한 습관 하나에서 시작해야된다는 느낌은 든다.

 

폐 속 깊숙히 찌르고 숨쉴때마다 나를 답답하게 하는 이 권태가 나도 모르는 새에 처음 그렇게 스며들어온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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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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